Q. 안녕하세요! 슈퍼파인, 가치 있는 삶을 위한 브랜드를 만들고 소개하는 브랜딩 에이전시 회사 와이어즈(Y’erz)에서 론칭한 새로운 플랫폼이라고요. 슈퍼파인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슈퍼파인은 철학 있는 생산자와 브랜드를 조명하는 뉴디맨드 슈퍼마켓이자 편의점으로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처음 시작은 ‘왜 편의점에는 건강한 게 없을까?’, ‘슈퍼마켓은 왜 사라졌을까?’ 하는 물음이었고요. 고민하다 답을 내려보기를, ‘보다 건강하고 질 좋은 재료, 질 좋은 식품과 재료를 제공할 수 있는 편의점이자 슈퍼마켓을 개발해보자’ 하게 됐어요. 다음 단계로 ‘그 안에 담겨야 할 질이 좋고 건강한 건 무엇일까?’를 고민했을 때 지속가능성과 로컬 지향, 생산자 중심 같은 가치들로 귀결됐고요.
현재는 편안하게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즐길 수 있고, 동시에 집에 필요한 식료품 장을 볼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동네 커뮤니티로서 사람들과 와서 술 한잔도 하면서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편의점으로 다 대체됐지만 과거의 슈퍼마켓을 생각해보면 동네 커뮤니티 역할을 했었거든요. 평상도 있고 주변 사람과 인사도 나누고 맥주 한 잔도 기울일 수 있는 하나의 동네에 조그마한 커뮤니티 공간을 새로운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보았습니다.
Q. 슈퍼파인을 론칭하기 이전에 와이어즈(Y’erz)에서 어떤 일들을 전개해왔는지도 궁금해요. 어떻게 슈퍼파인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계기도 함께 들려주세요.
와이어즈는 원래 고객사의 의뢰를 받아 브랜드를 디자인, 마케팅해 주는 역할을 많이 하던 팀이에요. 브랜딩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 주 업무였고요. 리테일 브랜드나 공간 브랜드 작업을 많이 했어요. 비즈니스 차원에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주로 대기업을 대상으로 일을 했었는데, 내부적으로 그래도 20~30% 정도의 에너지는 스몰 브랜드를 발굴하고 개발해주는 데에 쓰고 싶다는 니즈가 계속 있었거든요. 스몰 브랜드와 일할 때 소모됐던 영혼이 채워지는 것 같았고요.
가치와 철학을 가진 브랜드를 우리가 조명해주고, 스피커 역할을 해주는 것, 그럼으로써 가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그들이 세상에 더 많이 알려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게 와이어즈의 미션이었어요. 와이어즈를 통해서 그런 브랜드가 많아지고, 소비가 활성화되고, 문화로 자리잡을 때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진다는 믿음이 있어요. 세상에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철학을 가지고 있고 의식 있는 소비를 할 수 있게 이끌어주는 브랜드가 많아서 ‘그런 브랜드를 한데 모을 수 있는 플랫폼 어디 없을까?’ 찾아보고 고민하는 시간들을 보냈죠. 그러다가 없으면 우리가 직접 한 번 만들어볼까 해서 시작한게 슈퍼파인의 초기 모델이었어요.
지속가능성, 로컬 지향적이거나 혹은 브랜드의 철학과 스토리가 같이 잘 어우러져서 소비자들 사이에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브랜드들을 소개하는 온라인 기반 마켓 플레이스를 시작을 했는데 온라인만으로는 전달이 좀 미비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가치들이 온전히 전해지기 어려운 것 같았어요. 스몰 브랜드들은 대부분 자사몰에 중심을 두고 운영하는 게 트렌드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오프라인으로 시야를 넓히게 됐고, 공간 유형에 있어서 가장 다수의 제품을 취급할 수 있으면서 소비자들의 팬덤을 커뮤니티 형태로도 풀어낼 수 있는 게 슈퍼마켓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돼서 현재의 슈퍼파인 오프라인 매장을 런칭하게 됐습니다.
Q. 브랜딩 에이전시에서 오픈한 공간이었다니! 슈퍼파인을 론칭부터 지켜봐왔는데, 브랜딩 너무 잘 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게 이유가 다 있었네요. 그럼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브랜딩은 뭔가요?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해요.
‘와이(Why)’겠죠. 그래서 와이어즈 이름도 ‘(Why)왜’를 탐구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지었어요. 제품이건 서비스이건 브랜드이건, 내가 혹은 우리가 이걸 ‘왜’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있다면 그것 자체가 브랜딩이라고 생각해요. 그 ‘왜’를 통해서 결국 브랜드는 흔들리지 않고 서있을 수 있고, 과실들을 쌓을 수 있고, 그게 레거시가 되고, 또 브랜드의 스토리이자 팬덤을 만드는 요소가 되는 것 같거든요. 슈퍼파인도 그래서 그 ‘왜’를 계속 곱씹고 잊지 않으려고 해요. 어떤 마케팅 활동이든 거기에 부합하는지 판단의 기준점으로 삼고요.
Q. 사실 ‘왜’를 계속 곱씹고 기준점으로 두면 어쩔 수 없이 경계가 생기잖아요. 현실적으로 타협해야 하는 혹은 타협하고 싶은 유혹의 지점들과 타협할 수 없는 지점들처럼. 슈퍼파인의 경우 어떤 경계들이 있었나요?
아무래도 ‘돈’이겠죠. 돈을 많이 벌려면 확실히 더 자극적인 모델들이 있어야 하잖아요. F&B라고 하면 인스타그래머블한 디저트, 인테리어나 이런 요소들도 시각적으로 더 튀어야하고 시그니처가 필요하고… 아무래도 브랜딩 에이전시를 통해 쌓아온 데이터도 있고 사람들을 더 몰리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유혹이 많았죠.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슈퍼파인을 ‘왜’ 하지? 곱씹어 봤을 때 그게 매출 좋은 핫플은 아니더라고요. 로컬에 스며드는 공간, 그래서 자연스럽게 소비되면서 좋지만 덜 알려진 스몰 브랜드가 충분히 조명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한 건데. 그래서 타협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브랜딩과 비즈니스는 항상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대상인 것 같아요. 사이 좋게 서로 양립해주면 좋겠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죠. 슈퍼파인 안에서 브랜딩과 비즈니스가 잘 양립하기 위해 어떤 선결 조건들이 필요할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실험해보는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