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인도식 정통 짜이집 ‘높은산’을 운영하고 있는 김새솜입니다. 저는 원래 웹드라마를 제작하는 회사에서 영상 후반 작업을 맡아 일했는데요. 3년 전쯤 퇴사를 하게 되면서 ‘나는 집단에 어울리는 사람일까’ 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앞으로 계속해서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는 막연한 목표를 세우게 됐고요. 그때도 이미 저는 짜이에 익숙했고, 푹 빠져 있을 때라 자연스럽게 ‘향신료’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고민하지 말고 일단 해보자는 생각에 2020년 8월에 정말 작은 공간에서 높은산을 시작했어요.
Q. 아직 ‘짜이’가 생소한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인도식 정통 짜이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짜이는 홍차와 우유를 베이스로 하는 밀크티에 다양한 향신료를 섞어 끓이는 인도식 음료인데요. 어떤 향신료를 섞느냐에 따라 종류가 무척 다양해지고, 인도에서는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나라 커피처럼 즐기는 음료예요. 길거리 짜이 가판에서 200원이면 한 잔을 마실 수 있기도 하고, 고급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도 취급하고요. 인도에서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 받는 국민 음료입니다.
Q. 아이템이 향신료에서 시작돼 짜이로 귀결된 것이 인상적이네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인도식 정통 짜이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도 궁금해요.
원래 밀크티를 무척 좋아했는데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짜이도 접하게 됐어요. 10년쯤 전 처음 짜이를 마시게 됐는데, 너무 맛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나요. 공간이 주는 경험이나 감각도 특별했고요. 정말 자주 갔어요. 좋아하는 친구들을 데리고 가 짜이를 소개하기도 했고요. 집에서도 혼자 끓여마시고, 친구들에게 끓여서 선물해주기도 하고, 짜이가 너무 맛있고 좋아서 인도 여행까지 다녀왔어요.
Q. '높은산' 이름을 짓게 된 사연도 궁금해요. 어떤 의미인가요?
인도 북부에 다람살라 라는 지역이 있어요. 티베트 망명 정부가 들어서 있고, 히말라야 산맥에 걸쳐져 있는 지역인데요. 거기에 낮은 히말라야 산맥 중 하나인 트리운드라는 산맥을 지나는 트래킹 코스가 있거든요. 첫 인도 여행 때, 그곳에 올라 마셨던 짜이와 그 날, 그 시간에 대한 기억이 굉장히 인상 깊게 남아 있어서 ‘높은산’이라는 이름을 짓게 됐어요.
Q. 인도에서 처음 맛본 짜이 맛은 어땠나요?
솔직히 말하면 한국에서 마셨던 짜이가 더 맛있었어요.(웃음) 한국에서 익숙하게 마셔왔던 짜이와는 결이 달랐어요. 더 달고, 묽고, 향신료 향도 강하지 않았어요. 더 터프하고 거친 느낌이었어요. 비로소 현지에서 진짜 짜이를 마셔보니 외국에서 소비되는 짜이와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된 거죠.
Q. 인도에서는 ‘짜이 마실래?’가 ‘밥 한번 먹자’ 보다 흔한 말이라고 들었어요.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일상적인 음료라고요. 그들에게 짜이는 어떤 의미인가요?
보통 현지인들은 하루에 5~6잔 가까이 짜이를 마시는데요. 식사의 한 부분이 되기도 하고, 쉬는 시간 그 자체이기도 해요. 정말 일상 그 자체죠. 인도 사람들에게 짜이는 어린 아이에게는 사탕 같고, 고된 일을 하는 노동자에게는 담배 한 개피에 쉬어 내는 한숨 같고,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는 쌍화탕 같은 존재 같다고 생각해요.
Q. 혹시 그들이 왜 그렇게 짜이를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알고 계신가요?
인도에서 짜이가 이렇게 사랑받게 된 데에는 역사적인 배경이 클 텐데요.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배 하던 시절, 좋은 찻잎을 수입하기 위해 찻잎을 재배하는 땅이 필요했고, 인도를 홍차 재배지로 활용했다고 해요. 그 과정에서 좋은 찻잎은 다 영국으로 넘어가고, 품질이 낮은 찻잎의 소비가 이루어져야 해서 자연스럽게 짜이 문화가 형성됐던 것 같아요. 정책적으로도 찻잎을 적극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조장됐던 것 같고요. 아무래도 찻잎의 품질이 떨어지다보니 쓴 맛이 강해 이를 중화시키기 위해 설탕이나 향신료를 많이 넣어서 인도식으로 즐기게 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