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삼원특수지 공식 블로그에서 더페이퍼랩 탄생기 시리즈 게시물을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아직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어떤 내용을 적어 주셨는지 간략한 소개와 어떻게 탄생기를 적게 되셨는지 계기를 들려주세요.

박진경 : 더페이퍼랩의 탄생기는 더페이퍼랩의 공간 기획/네이밍/브랜딩/공사 과정 등을 홍보팀 ‘카피박’이라는 직원 시선에서 바라보고 풀어낸 콘텐츠예요. 하나의 공간이 탄생하기까지의 복잡다단한 과정을 젊은 감성으로 풀어내려고 최신 유행어, 밈이나 짤 등을 섞어 쓰면서 즐겁고 편안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했죠.

더페이퍼랩을 홍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을 하다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러브 마크가 되는 브랜드는 솔직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제되고 잘 다듬어진 콘텐츠도 좋지만 우리가 어떤 일들을 할 때는 항상 그 내면에 적나라한 과정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인간적인 모습을 가진, 친근한 브랜드로 인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기획했어요.

Q. 윗분들의 반대는 없으셨나요? 게시물 수위가 꽤나 높은 것 같았는데(웃음).

박진경 : 다행히도 ‘팩트’만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제 마음대로 쓰라고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 주셨어요. 사장님도 다 알고 계십니다(웃음).

Q. 이 공간을 기획하시는 데에 거의 1년 남짓 걸렸다고요. 그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김대호 : 제가 이번 프로젝트 총괄 기획을 담당했는데요. 처음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정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이미 두 차례나 선보인 적 있는 페이퍼 갤러리와는 차별화된 콘셉트의 공간을 준비했으면 좋겠다’라고 다소 추상적으로 말씀을 해주셔서 고민을 많이 했죠.  그 문제를 잘 풀어보려고 우리 회사의 가장 중요한 고객이신 디자이너분들 인터뷰를 시작했어요.

Q. 핵심 고객들이 리얼보이스로 프로젝트의 방향을 제시해준 셈이네요.

김대호 : 맞아요. 많은 디자이너분들이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 주신 덕분에 전체적인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방향을 잡고 설계를 시작했는데, 사실 설계라는 건 일종의 ‘그림’이잖아요. 그 그림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사실 수많은 제약과 부딪히고 타협해야 하는 지점들이 있는 거죠. 그림이 너무 멋지게 그려진 덕분에 그림과 현실의 갭을 좁혀 나가는 과정이 무척 힘들었어요.

Q. 인테리어 전문가는 아니지만, 직접 와서 보니까 예산의 측면에서도 굉장히 과감한 결정이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전에 선보였던 갤러리 공간들과 스케일의 차이가 있나요?

김대호 : 마케팅을 목적으로 하는 공간으로는 창립 이래 최고 예산을 투입한 프로젝트예요. 더군다나 코로나 때문에 자재비, 인건비 등 인테리어 관련 비용이 급등하면서 예상보다 더 많이 쓰기도 했고요. 초기 예산보다 거의 2배 이상 들어간 것 같아요.

Q. 회사 차원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이런 프로젝트가 어떻게 가능했나요?

김대호 : 목적이 뚜렷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기존에 방산시장에서 운영하던 약 120평의 페이퍼 갤러리를 절반으로 축소 이전을 했는데요. 돈을 벌기 위한 공간은 아니어서 회사에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규모를 줄이고 이전을 했던 건데, 브랜드 이미지 자체가 굉장히 많이 축소된다는 것을 느꼈거든요. 아무래도 종이나 인쇄 산업 자체가 사양 산업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기도 했고요. 그런데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꼭 책이나 인쇄물이 아니더라도 종이 자체는 굉장히 다양한 산업에 접목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확고했어요. 그래서 회사의 기세를 보여주면서, 저희가 취급하는 최대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고객과의 접점을 최대한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일종의 새로운 시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투자인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