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포어플랜을 디자인한 설계사무소 'FLPM 그룹' 의 기업가치, 'FOR LESS PALN MORE '에서 포어플랜 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고 들었어요. 이 이름의 의미와 이런 이름을 붙이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For Less Plan More : 적을수록 더 많은 계획을 하라라는 의미인데요. 이 말의 어원은 현대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명언인 Less is More(적을수록 아름답다)에서 착안한 것이에요. 과도한 건축적 요소가 들어간 디자인보다는 심플하고 간결한 건축이 더욱 빛을 바란다는 뜻으로 통용되고 있어요. 그리고 그런 간결하고 심플한 다자인은 오직 세밀하고 철저한 대비와 계획에서 비롯된다는 의미에서 For Less Plan More 를 저희 회사 기업가치로 내세우게 되었고, 그 초성을 따서 FLPM이 탄생하게 되었답니다.
Q. 초반에는 실제 사무실로 이용하기도 했고, 공간 곳곳 건축 사무소 느낌이 묻어나는 인테리어가 많은데요. 원래는 건축 사무실과 카페를 병행하려고 했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어요. 업무 공간을 넘어 카페&바로 영역을 확장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우선 이 곳을 이용하는 주된 주체는 내부관계자와 건축 상담 고객이었는데요. 어떤 고객들은 사무실에서 미팅을 하고, 커피를 마시며 내부에 진열된 샘플책들을 보는 것 자체를 즐거워하시더라고요. 반면 저녁에 만나 술을 마시며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를 디벨롭하는 것을 선호하는 분들도 계셨고요. 이 부분을 반영해 컨셉화 시킨 것이 포어플랜 사무실이었고, 처음에는 단순 건축 인테리어 사무실로만 운영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공사 도중에 “일반 손님들도 건축학도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여기에 흥미를 느껴 점점 디벨롭 하면서 종합 상업시설로 그 용도가 바뀌게 된 거예요.
여담이지만, 저희의 이러한 공존에 대한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고 이제는 손님의 비중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10평짜리 오피스텔로 쫓겨나 주요 사무 및 미팅 업무는 다른 곳에서 보고 있네요.(웃음)
Q. 건축인들은 보통 누군가에 의해 의뢰 받은 공간을 만드는 일을 더 많이 경험할 텐데요. 누군가의 요청에 의한 공간이 아닌, 자신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경험은 어떻게 달랐나요?
우선 고객에게 의뢰 받은 공간을 만들 때는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결과물 완성도에 있어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구체적인 요인으로 고객의 예산, 디자인 선호도,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서로 상이하기 때문에 저희 디자이너들의 욕심에 부합하지 못한 결과물이 나올 때가 자주 발생하곤 하죠. 이번 포어플랜 프로젝트는 위에 언급한 장애요소들이 싹 사라졌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저희 입장에서는 상상만 하던 아이디어들이 아무런 제약없이 100프로 반영되고 구현되는 과정을 보며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았고, 과정 또한 흥미롭고 진행된 프로젝트였어요.
Q. 공간의 기획 및 제작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원래 포어플랜 지붕은 이전 건물의 형태를 그대로 재활용하기로 했었어요. 구옥 같은 느낌을 주는 천장이 낡고 더러웠지만, 지붕 아래를 최대한 깔끔하게 디자인해서 “반전미”를 내세우려던 계획이였죠. 그런데 인테리어 내부 철거 과정에서 벽체가 매우 약하다는 것을 간과하고 그대로 철거 진행하다가 지붕이 무너져버린 거예요. 처음에는 망연자실했는데, 천장이 무너진 공간에 가만히 서 있어보니 하늘이 뚫리고 자연채광이 들어오고 그로 인해 느껴지는 개방감이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이 순간을 기회로 삼아, 디자인을 긴급히 수정했어요. 와플 구조물을 얹고 방부목으로 마감해서 좀 더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내부 평수가 넓지 않았기 때문에 천장은 강화유리로 마감해서 자연채광을 유도하여 더 밝고 넓은 공간으로 재탄생 시키게 됐어요. 위기가 기회가 된 거죠. 그 때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Q. 건축인들이 직접 만든 공간인만큼 공간의 완성도가 매우 높아보이는데요. 작은 소품 하나까지 디테일에 굉장히 공을 많이 들이신 것 같아요. 공간에 숨겨진 요소나 특별히 신경쓰신 부분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건축학과 출신이다 보니, 소품의 선정에 있어서도 모두 건축학적으로 접근했어요. 건축과 출신 대학생들은 대부분 공감할텐데요. 밤을 새우며 야작할 때, 작업테이블 위에 컷팅 매트를 올려놓고 라면을 먹는다든지, 교양수업 발표자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파워포인트를 사용할 줄 몰라서 CAD프로그램으로 발표물을 만든다든지 하는 일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저희에겐 익숙한 컷팅 매트와 건축도면화한 메뉴판, 마루 코스터 등등을 소품으로 활용해보기로 했죠. 이 모든 것들이 인위적으로 쥐어짠 소품이 아닌, 저희들의 추억과 향수가 묻어나는 결과물이랍니다.
Q. 골목 안쪽에 위치한 것이나 입구 쪽 철문이 원래 어떤 공간이었는지 궁금증을 불러오는데요 원래 어떤 공간이었고 이 곳을 택한 이유 무엇인가요? 입지 선정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요?
처음 이 곳에 왔을 땐, 옆 건물 임차인들 주차자리로 통로가 꽉 막힌 공간이라 내부를 발견하기 쉽지 않았어요. 게다가 낡고 녹슨 대문이 시야를 떡하니 막고 있어 내부가 더 궁금했죠. 하지만 수소문 끝에 열쇠로 문을 열자 눈 앞에 너무나도 매혹적인 공간이 펼쳐졌어요. 매 순간 공사를 하는 사람들이다보니 저희 내부적으로 제일 재미없어 하는 공간이 정직하게 직사각형으로 떨어진 평면 형태의 공간이거든요. 여긴 그와 반대로 기본적인 바닥 단차, 평면구성, 공간 배치가 매우 아름다운 공간이더라고요. 게다가 내부가 2개 동으로 나뉘어 있어 자연스러운 공간 분리로 수렴할 수 있었고, 덕분에 재미난 공간을 디자인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전체적으로 우드가 많이 사용된 것을 볼 수 있어요. 공간을 이루는 소재에 대해서도 궁금한데,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드를 사용한 이유는 크게 2가지인데요. 첫번째로 우드는 세월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소재예요. 다르게 말하면 “유행을 타지 않는 소재”죠. 그래서 건축인들이 실제 건축 마감재로 즐겨 쓰기도 하고요. 두번째로는 저희 공간 진입엔 장벽이 많아요. 우선 더럽고 비좁은 통행로 끝을 지나쳐야 겨우 매장 내 모습을 볼 수 있죠. 특히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옆 건물 주차차량으로 인해 내부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따라서 최대한 반전요소를 주고자 마음이 편안해지는 우드소재를 적극 활용하였어요. 실제로도 통행로를 지나 매장 현관문 앞에 도달한 손님들이 감탄하시면서 새로운 세상에 온 듯한 경험을 하는 것 같다는 리뷰를 많이 전해주세요.